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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9개월, 아이의 9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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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GATS
댓글 0건 조회 6,190회 작성일 11-09-2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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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9개월, 아이의 90년
◇ 오리진/애니 머피 폴 지음·박인균 옮김/344쪽·1만5000원·추수밭
동아일보

"아이의 운명은 엄마 배 속에서 결정된다."

임신했거나 임신을 하고자 하는 여성의 마음을 이처럼 오싹하게 하는 주장이 또 있을까. 오늘 점심 때 먹은 생선회 한 점이 태아에게 치명적인 수은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독한 감기 때문에 먹은 약 한 알이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어젯밤 야근이 태아에게도 스트레스를 주는 게 아닌지, 그들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미국의 여성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 역시 동일한 고민과 의문 속에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는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자신의 몸과 마음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태아기에 대한 각종 가설과 과학적인 실험, 수치 등을 검증하고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엄마가 먹는 음식이 태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흡연과 음주, 약 복용 등은 정말 하면 안 되는지 등 임신한 여성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한 뒤 저자는 "임신 9개월의 시간과 자궁이라는 공간은 아이의 인생 구석구석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고 결론 내린다.

예를 들어 임신 당시 엄마가 영양결핍 상태였다면, 태어난 아이는 중년이 됐을 때 비만이나 당뇨, 심장질환 등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매연이 심한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사는 여성이 낳은 아이는 시골 여성이 낳은 아이에 비해 심장기형과 심장판막 결함이 있을 확률이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외에 소득이나 지위 등 우리 삶을 이루는 여러 조건들까지도 태아기에 조성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같은 주장은 2009년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연재될 때부터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2010년 미국 출간 당시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됐다. '타임'도 책의 주요 내용을 기사로 다뤘다.

 
그렇다면 임신 9개월 동안 태아에게 완벽한 자궁 환경을 제공한다는 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저자와 이 책을 다 읽어본 기자의 공통된 결론은 '불가능'이다. 하지만 태아에게 가해질 위험을 최소화할 방법은 있다. 엄마가 접하는 모든 환경은 태아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엄마 개개인의 몸과 마음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만한 행동은 하지 않는 것.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맥도널드의 '빅맥'은 일반적으로 정크 푸드지만 어쩌다 한 번 먹고 싶은 엄마에게는 별식이 될 수도 있다. 음주 역시 비슷하다. 저자도 "우리 엄마는 나를 임신했을 때 음주를 했지만 나는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엄마의 배 속 시간을 다루다 보니 건강한 아이를 위한 엄마의 역할만 지나치게 강조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베이비 플랜'의 저자인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박문일 교수는 "건강한 정자와 난자가 건강한 아이를 만든다. 남자와 여자 모두 수정 시점 기준 6개월 전부터 임신에 최적화된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착상 이후 태아기를 강조한 이 책이 임신을 위해 아무런 건강관리도 하지 않는 남성들에게 '면죄부'를 주어서는 곤란하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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